저희 집 홍콩야자가 베란다 구석에서 한쪽으로만 삐죽삐죽 자라던 시절이 있었어요. 거실 창 쪽으로 가지가 다 쏠려서 화분을 돌려놔도 며칠 지나면 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보기 싫은 가지를 눈에 보이는 대로 싹둑싹둑 잘라내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가위질을 했더니 결과가 좀 당황스러웠어요. 자른 자리에서 새순이 나오긴커녕 그 가지 끝이 누렇게 마르더니 한동안 그대로 멈춰있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를 잘라야 다시 가지가 갈라져 나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길이만 줄인 거라, 나무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마디를 못 보고 자르면 생기는 일
홍콩야자는 줄기를 아무 데나 잘라도 그 자리에서 새 가지가 나오는 식물이 아니더라고요. 마디, 그러니까 잎이 붙어있거나 붙어있던 자국이 있는 지점 바로 위쪽을 잘라야 그 밑에서 곁가지가 올라올 확률이 높아요. 저는 처음에 이걸 모르고 마디와 마디 사이 애매한 부분을 잘라서, 그 가지는 그냥 끝이 말라버리고 더 이상 자라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나중에 화분 가게 사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해주신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어요. 마디 위 1센티 정도 여유를 두고 자르는 게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는 자르기 전에 가지를 한참 들여다보면서 어디에 마디 자국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한 번에 너무 많이 쳐내서 고생했던 날
마디 위치를 알고 나서는 자신감이 붙어서 이번엔 반대로 과하게 저질렀어요. 수형을 확 바꿔보고 싶은 욕심에 윗부분 가지들을 거의 절반 가까이 쳐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한동안 식물이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잎도 새로 안 나고 그대로 멈춰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깨달은 건, 한 번에 전체 가지의 일부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손봐야 한다는 거였어요. 식물도 한꺼번에 많은 부분을 잘리면 회복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니까, 저처럼 욕심내다가 몸살 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요즘은 전체 가지 중 일부만 골라서 자르고, 나머지는 몇 주 지켜본 다음에 또 손보는 식으로 나눠서 하고 있어요.

가지치기하기 좋은 때와 피해야 할 때
홍콩야자는 날이 따뜻해지면서 생장이 활발해지는 시기에 가지치기를 하면 회복이 훨씬 빠르더라고요. 저는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손을 보는 편인데, 이 시기에 자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른 자리 아래로 새순이 고개를 내미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반대로 겨울에는 가지치기를 거의 안 해요.
그해 유난히 추웠던 겨울에 궁금해서 살짝 다듬어본 적이 있는데, 자른 부위가 회복이 안 되고 그 주변 잎까지 누렇게 뜨는 걸 보고 그 뒤로는 겨울엔 절대 손 안 대요. 식물이 생장을 거의 멈춘 상태에서 상처를 내면 아무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그 틈에 약해진 부분으로 문제가 더 생기기 쉬운 것 같더라고요. 겨울엔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가지치기는 날이 풀릴 때까지 아껴두는 게 저한테는 맞았어요.
웃자람과 수형 무너짐, 원인은 따로 있었어요
가지치기만 열심히 하면 수형이 예뻐질 줄 알았는데, 사실 그보다 먼저 봐야 할 게 빛의 방향이더라고요. 창에서 먼 쪽 가지는 가늘고 길게, 빛을 많이 받는 쪽은 짧고 튼튼하게 자라는 걸 반복해서 보다 보니 수형이 틀어지는 근본 원인이 빛 쏠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은 가지치기와 별개로 화분을 주기적으로 조금씩 돌려주는 걸 신경 쓰고 있어요.
빛이 좋은 오전 시간대에 창가 쪽을 번갈아 보게 돌려주면 확실히 한쪽으로만 쏠려 자라는 게 덜하더라고요. 가지치기는 이미 틀어진 모양을 정리하는 작업이고, 화분 돌리기는 애초에 덜 틀어지게 하는 작업이라는 걸 그제서야 구분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이렇게 하고 있어요
요즘 제 방식은 이래요. 봄에서 초여름 사이, 마디 위치를 확인하고 전체 가지의 일부만 골라 잘라주고, 나머지는 몇 주 뒤에 상태를 보면서 추가로 손보는 식이에요. 겨울에는 가위를 아예 손에 안 들고, 대신 화분 방향만 가끔 바꿔주면서 빛을 고르게 받게 해주고 있어요.
환경마다 베란다 채광이 다르고 가지 자라는 속도도 다 다르니까, 저랑 똑같이 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엔 한참 헤맸던 과정이라, 혹시 가지치기하다가 가지 끝이 마르거나 새순이 안 올라와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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