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보고 아무 데나 뒀다가 벌어진 일
녹보수를 처음 들였을 때는 그냥 이름이 예뻐서 골랐어요. 돈나무라는 별명이 있다길래 재물운이니 뭐니 하는 얘기보다는, 이름값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거실 한쪽 구석, 그것도 햇빛이 거의 안 드는 자리에 두고 키웠죠. 잎이 반질반질하고 두꺼워서 그런지 몰라도 진짜 아무렇게나 둬도 잘 버틸 것 같은 인상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몇 달 지나니까 새순이 거의 안 나오고, 잎도 점점 처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는 그냥 화분이 작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빛이 너무 부족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돈나무라는 이름의 진짜 유래를 뒤늦게 알게 된 날
녹보수가 돈나무로 불리는 이유를 나중에 알고 보니, 잎 모양이 동전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무슨 풍수적인 이유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잎 생김새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까 좀 허탈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그 둥글고 도톰한 잎이 이 식물의 매력 포인트인 건 맞더라고요.
문제는 그 도톰한 잎 때문에 다육식물처럼 관리해도 되는 줄 착각하기 쉽다는 점이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잎이 두꺼우니까 물을 좀 덜 줘도 괜찮겠지 싶어서 몇 주씩 물을 안 준 적도 있었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되더라고요.
그해 겨울, 베란다에 그대로 뒀다가 생긴 냉해
이사 온 첫해 겨울에 진짜 크게 데인 적이 있어요. 다른 화분들이랑 같이 베란다에 쭉 늘어놓고 키우고 있었는데, 녹보수는 원래 좀 튼튼한 편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듣고는 그냥 그대로 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 아침에 보니까 잎 가장자리가 거뭇거뭇하게 변해 있는 거예요.
처음엔 병충해인가 싶어서 한참 들여다봤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날 밤 기온이 유독 많이 떨어졌던 게 기억나더라고요. 녹보수는 확실한 기준 수치까지는 저도 정확히 모르지만, 대체로 5도 안팎 이하로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냉해를 입기 쉽다고 알려져 있어요. 잎끝이 갈변하고 축 처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냉해를 어느 정도 입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밤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베란다에 그대로 두지 않고 거실 쪽으로 들여놓는 걸로 바꿨어요. 창가 바로 붙여두면 유리창을 통해 냉기가 전달되기도 하니까, 창문에서 조금 떨어뜨려 놓는 것도 신경 쓰고 있고요.

물을 자주 줬다가, 또 너무 안 줬다가 오락가락한 시간
냉해 사건 이후로 이번엔 물주기에서 또 헤맸어요. 잎이 시들시들해 보이길래 물이 부족한가 싶어서 며칠 간격으로 자주 줬더니, 이번엔 아래쪽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힘없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흙을 만져보니 항상 축축한 상태였고, 뿌리 쪽 흙에서 살짝 쿰쿰한 냄새까지 나서 그제야 과습이라는 걸 눈치챘죠.
택배로 새 화분을 하나 더 주문했었는데, 상자가 생각보다 커서 현관에 며칠 방치해뒀던 기억도 나네요. 아무튼 그 일을 겪고 나서는 물을 줄 때 겉흙만 보지 않고 화분을 좀 들어보거나 흙 속에 손가락을 찔러봐서 마른 정도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겉은 말라 보여도 속은 여전히 축축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요즘은 이렇게 자리를 잡고 지냅니다
지금은 녹보수를 밝은 간접광이 드는 자리에 두고, 흙이 손가락 마디 정도 깊이까지 말랐다 싶을 때 물을 주는 식으로 바꿨어요. 여름철에는 오전 시간대 햇빛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자리에서 확실히 잎 색도 진해지고 새순도 잘 올라오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반대로 겨울엔 성장이 확실히 더뎌지니까 이 시기엔 물 주는 간격도 자연스럽게 늘려주고 있어요.
환경마다 온도나 습도가 다 다르니까, 저희 집 기준이랑 딱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다만 잎끝이 거뭇해지거나 아래쪽 잎이 자꾸 노랗게 떨어진다면, 온도나 물주기 둘 중 하나는 꼭 점검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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