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식물 소품샵에서 작은 화분 하나를 데려온 적이 있어요. 태그에 몬스테라라고 적혀 있길래 별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했죠. 잎이 하트 모양이고 가운데 연두색 줄무늬가 있는 게 특이하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몬스테라가 아니라 필로덴드론 브라질이었더라고요. 소품샵 사장님도 대충 아는 대로 붙여놓으신 거였는지, 아니면 제가 잘못 기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오해였어요.
잎에 구멍이 없다고 다 가짜 몬스테라는 아니에요
처음엔 저도 몬스테라 하면 무조건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필로덴드론 브라질을 키우면서 왜 이 녀석은 구멍이 안 생기나 싶어서 한참 기다렸죠.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파리는 그냥 하트 모양 그대로 크기만 커지더라고요.
알고 보니 필로덴드론 브라질은 원래 잎에 구멍이 생기지 않는 종류였어요. 몬스테라 특유의 그 갈라진 잎 무늬는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같은 종에서 나타나는 거고, 필로덴드론은 잎 가장자리가 매끈한 하트 모양을 유지하면서 대신 잎 표면에 연두색이나 크림색 줄무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구멍 유무만 보고 판단하려던 제 방식 자체가 애초에 틀렸던 거죠.

줄기를 만져보면 은근히 티가 나요
잎만 보고는 헷갈릴 수 있는데, 줄기를 만져보면 느낌이 좀 다르더라고요. 몬스테라는 줄기가 통통하고 마디가 굵직한 편인데, 필로덴드론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줄기가 얇고 덩굴처럼 늘어지는 성질이 강해요. 실제로 저희 집 베란다에서도 필로덴드론은 화분 옆으로 축축 늘어지면서 자라는 반면, 몬스테라는 위로 뻗으려는 힘이 더 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헷갈리는 식물을 새로 들일 때 잎만 보지 않고 줄기 상태랑 전체적인 자람새까지 같이 살펴보는 편이에요. 물론 이것도 개체마다 편차가 있어서 백퍼센트 확신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제가 두 번 다시 태그만 믿고 사는 실수는 안 하게 됐어요.
물주기에서도 은근히 다른 성격을 보이더라고요
몬스테라 키울 때랑 똑같은 방식으로 물을 줬다가 필로덴드론 브라질 잎이 축 처진 적이 있어요. 몬스테라는 흙이 좀 말라도 은근히 버티는 편인데, 필로덴드론 브라질은 생각보다 건조에 예민하더라고요. 겉흙이 바짝 마르고 나서도 며칠 더 방치했더니 아래쪽 잎부터 힘없이 늘어지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 뒤로는 흙 표면이 마른 게 느껴지면 바로바로 물을 주는 쪽으로 바꿨어요. 정확히 며칠에 한 번이라고 못박기는 어렵고, 화분 크기나 베란다 환경에 따라 마르는 속도가 다 다르니까 손가락으로 흙을 찔러보고 판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저한테는 훨씬 도움이 됐어요.

여름 장마철에 유독 뿌리 쪽이 말썽이었어요
그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 때 필로덴드론 브라질 화분 하나를 거의 잃을 뻔했어요. 습도는 높은데 환기가 잘 안 되는 베란다 구석에 놔뒀더니 흙이 계속 축축한 상태로 유지되면서 뿌리 쪽에서 물러지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잎도 힘없이 처지고 색도 탁해지는 게, 물이 부족해서 그런 건 줄 알고 오히려 더 물을 줬다가 상황이 더 나빠졌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화분을 들어보니 흙 속까지 물이 안 빠지고 고여 있던 게 문제였더라고요. 그 뒤로는 장마철엔 배수 잘 되는 흙으로 바꾸고, 화분 받침에 물 고이지 않게 자주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대신 봄이나 초가을처럼 습도랑 온도가 적당한 시기엔 신기하게 새순이 쑥쑥 올라오는 걸 보면서, 이 식물이 극단적인 환경보다 은근히 온화한 날씨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광량 문제로 색이 흐려졌던 적도 있어요
필로덴드론 브라질 특유의 연두색 무늬가 예뻐서 데려왔는데, 어두운 거실 구석에 두니까 몇 달 지나면서 무늬가 점점 흐릿해지고 그냥 초록 잎처럼 변해가더라고요. 처음엔 원래 그런 건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빛이 부족하면 무늬 있는 잎일수록 색이 옅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그 뒤로는 직사광선은 피하되 하루 중 오전에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랬더니 새로 나오는 잎마다 무늬가 확실히 진하게 나오더라고요. 환경마다 창 방향이나 채광이 다 다르니까, 똑같이 따라 하셔도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제일 헷갈리는 건 이름표였어요
돌이켜보면 저한테는 잎 모양보다 판매처에서 붙여놓은 이름표가 더 헷갈림의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새로운 식물을 들일 때 이름표를 그대로 믿기보다 잎 가장자리, 줄기 굵기, 자람새까지 한 번씩 더 확인하는 편이에요. 확실하진 않아도 최소한 두 번 다시 몬스테라인 줄 알고 구멍 뚫리길 기다리는 일은 없더라고요.
본 글은 운영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 원예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면책조항 및 개인정보처리방침 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답글 남기기